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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광풍(狂風),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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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7
  • 2026.07.21 12:55
 
 
〔대표기자 칼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식은 일부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재무제표를 공부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 주식시장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식당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휴게실에서도 사람들은 주가를 이야기한다. 출근과 동시에 휴대전화 속 증권 애플리케이션을 열어보고, 점심시간이면 종목 토론이 이어진다. 이제 주식은 투자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했다. 당시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 "허황된 약속"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 증시 활성화 정책들이 발표되면서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불이 붙었다. 한때 코스피 5,000선조차 허황된 꿈이라고 했던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였고, 국내외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장은 숫자로 말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고점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은 '만(萬)스피 시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부동산으로 향했던 관심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과거 가상자산 시장에 몰렸던 자금 역시 증시로 유입됐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투자는 열풍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는 냉정해야 하지만 열풍은 언제나 뜨겁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생산 관리자로 근무하는 권모(48) 씨의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주변 동료들의 권유로 한 달 치 월급을 주식에 투자했다. 결과는 마이너스 20%였다. 주식에 대한 공부는 물론이고 기업의 재무상태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요즘 주식을 하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 어렵다"는 그의 말이 더욱 씁쓸하게 들린다.
 
직장의 풍경도 바뀌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휴대전화로 주가를 확인하고, 오르면 환호하고 떨어지면 한숨을 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희비가 교차한다. 주식은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 하루의 등락에 자신의 감정까지 맡겨버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주식의 순기능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기업은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성장의 결실을 함께 나눈다. 건강한 자본시장은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다. 선진국일수록 자본시장이 발전해 있다는 사실만 봐도 주식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분명하다. 투자에는 공부가 있지만 투기에는 욕심만 존재한다. 투자에는 여유자금이 필요하지만 투기에는 빚이 따라다닌다. 투자자는 기업을 바라보지만 투기꾼은 오로지 숫자만 바라본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와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은 우리 증시를 단숨에 흔들어 놓았다. 국내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세계 경제와 연결된 대한민국이 외부 변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자원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국가다. 국제유가의 급등과 전쟁, 금리와 환율의 변화는 언제든 국내 증시를 뒤흔들 수 있다.
 
결국 시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오늘의 상승이 내일의 상승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투자는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또 다른 신용불량자의 탄생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카드 대란을 경험했으며, 최근에는 '영끌' 부동산 투자와 가상자산 투자 광풍까지 목격했다. 역사는 언제나 같은 교훈을 남긴다. 과도한 탐욕은 결국 가장 약한 사람부터 무너뜨린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이 성장할수록 그 이면의 그림자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증시 활성화를 이야기할 때에는 상승장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금융교육과 투자자 보호 대책 그리고 과도한 신용투자에 대한 관리 방안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경제를 정치의 도구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제는 결국 정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주식은 죄가 없다. 잘못된 것은 준비되지 않은 투자와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다. 주식은 벼락부자의 지름길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는 긴 여정이어야 한다. 여윳돈으로 공부하며 투자하는 것이 정도(正道)이지, 생활비와 빚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투기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준비된 투자'다. 그리고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숫자 경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키는 책임 있는 경제정책이다.
 
주식시장이 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국민의 삶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결코 건강한 상승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승장의 환호보다 하락장의 눈물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투자의 원칙이다.
 
〔mailnews7114@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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